[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함께 근무하는 직원을 위력으로 성추행해 형사처벌을 받은 농협 조합장에 대한 제명 의결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전남의 한 지방농업협동 조합장 A씨가 조합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원 제명 무효확인 상고심을 지난달 13일 열어 A씨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지방농협의 조합장으로 근무했고 B씨는 같은해 8월 새 조합장으로 취임했다.

A씨는 2019년 2월부터 그해 7월까지 조합에서 근무한 20대 여성을 6회에 걸쳐 성추행해 광주지법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은 2021년 8월 확정됐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이에 B씨는 2022년 1월 조합 회의실에서 정기대의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조합 정관 중 '조합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따른 것이다.

1심은 제명이 정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형사처벌 및 피고 조합의 손실 내지는 피고 조합의 신용 상실과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정기대의원회에 참석한 대의원 51명(조합장 제외) 중 48명이 의결에 참석하고, 그중 37명의 대의원이 이 사건 제명 의결에 찬성했다"며 "현저한 재량권의 일탈 내지는 남용이 있어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상고심 쟁점은 조합 정관에 적시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가 성추행 혐의로 처벌받은 A씨 제명에 적용 여부였다.

대법은 A씨 제명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쟁점 조항인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 사유로 정했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의 신용을 잃게 했다면 피고의 경제적 신용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제명 사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 판결에는 제명 사유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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