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친족 성폭력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에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특별법에서 친족은 4촌 이내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을 뜻한다. 2011년 관련법이 개정돼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그 이전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또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여전히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2023 여성의전화 피·가해자 관계 분포 [그래프=한국여성의전화]

1일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난해 전국 21개 상담소에 접수된 여성 폭력 피해 상담 사례 5981건을 분석한 결과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1045건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로 상담을 의뢰한 557명 가운데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61명으로 전체의 11.0%를 자지했다.

전체 상담에서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8.3%) 비중이 10%대로 급증한 후 3년 연속 이를 상회하고 있다.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은 ▲2021년 14.2% ▲2022년 12.1% ▲2023년 11.0%로 집계됐다.

특히 친족 성폭력은 어린이(8세~13세)·유아(7세 이하) 시기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친족 성폭력으로 상담한 61명 중 44명(72.1%)가 유·아동이다. 2021년(59.2%), 2022년(67.2%)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와 유아 등 미성년자가 피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친족 성폭력 특성상 피해 경험을 성폭력으로 인식해 이를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니(반성폭력 운동하는 언니들) 소속 활동가는 "7살 때 성폭력을 당한 것을 고등학생 때 말할 수 있었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만 폐지 하는 게 법리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 모임 '공폐단단(친족 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공폐단단' 소속 활동가 하윤(활동명) 씨는 "피해자와 연대자들 노력만으론 정의 구현과 피해 회복에 어려움이 많기에 22대 국회에서도 조속히 관심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친족 성폭력은 아동기에 많이 발생하기에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이고 아동이 속한 분야 종사자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친족 성폭력을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가져와 피해자 중심의 정책을 적용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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