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26일 고용노동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로 고용부는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며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전일 기자회견에서 "직원은 총 103명으로 정직원이 50명, 파견근로자가 53명"이라며 "파견도급직 인적사항은 인력공급 회사에서 확보하고 있다"며 '파견도급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불법파견 의혹이 불거졌다.

파견과 도급은 엄연히 다르다. 파견은 하청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한 뒤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도급의 경우, 하청업체가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의 주체가 된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제조업은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는데, 사고 당시 아리셀 공장에서는 군 납품 리튬전지 완제품 검수와 포장 업무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길수 고용부 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인력 파견이 금지돼 있지만, 검수나 포장 업무 파견 문제는 정책적인 사항이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23명의 사망자 발생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현재 아리셀과 아리셀 공장에 외국인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만약 불법파견이 맞다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리셀과 메이셀 사업주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파견사업주는 영업정지 또는 허가취소의 대상이 된다.

민 본부장은 "불법파견 여부는 실제 작업한 내용이 무엇이고, 작업방식이 어떻게 이뤄졌고, 하청(메이셀)이 실제 원청(아리셀)에 편입돼 있는지,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등 이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조사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특례고용 위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고로 사망한 외국인 18명의 비자 신분은 재외동포(F4) 비자 11명, 방문취업 동포(H2) 비자 4명, 결혼이민(F6) 비자 2명, 영주권(F5) 비자 1명이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한국인이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등에 따라 사업주가 방문취업 동포(H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고용부에 특례고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리셀과 메이셀 모두 특례고용허가를 받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박 대표와 함께 아리셀 공장 관계자, 파견업체 관계자 등 총 3명이 입건된 만큼, 향후 조사와 수사를 통해 불법파견 및 특례고용 위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