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업황 부진에 신규 사업의 기회를 해외시장에서 찾으면서 국내 수주는 줄고 해외 수주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택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수주 가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년새 15% 넘게 공사비가 상승하자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상태다. 주택사업보다는 산업설비 구축, 플랜트, 신사업 부문 등의 사업 리스크가 덜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수주는 전년대비 70% 가량 확대된 반면 국내 수주는 전년대비 30% 가량 실적이 줄어든 '수주가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업황이 부진하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둘리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국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핌DB]

우선 해외건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건설기업의 올해 해외수주 실적은 132억달러(18조 840억원)로 전년동기(77억달러) 대비 70%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국내 건설사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중동이 98억달러로 가장 높았다. 이어 태평양·북미 15억달러, 아시아 13억달러 등의 순이다. 연초 이후 4개월여 만에 누적 수주액 13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추세라면 2020년 이후 끊겼던 연간 수주액 350억달러 초과 달성도 노려볼 만하다.

건설사별로는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가 60억달러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했다. 지난달 60억달러(8조원) 규모의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번·4번(Fadhili Gas Increment Program Package 1&4)을 수주한 게 주요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 삼성물산 등이 뒤를 이었다.

GS건설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아람코 파드힐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PKG1&4)의 영향이 가장 컸다. 삼성물산은 대만, 현대건설은 카타르에서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수주액이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7조5574억원)와 비교해 28% 줄었다.

발주처별로는 민간 부문의 수주가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민간부문 수주는 22조21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2% 급감했다. 이 기간 공공부문 수주는 12조147억원으로 5.9% 감소했다.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인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부담에 건설사의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원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시공사 입찰이 무산되는 사례가 상당수다. 강남권 입지에 조합원이 공사비로 3.3㎡당 1000만원을 제시해도 시공사 찾기를 자신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1분기 국내 상위 건설사 10곳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5242억원)와 비교해 약 12% 줄었다. 2년 전(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원가율 부담이 지속되는 만큼 정비사업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지속할 공산이 크다.

대형 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국내 주택 사업장 50여 곳의 평균 원가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적정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사업으로 평가되는 해외 가스처리시설, 화학공장, 발전소, 담수화시설 등의 수주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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