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방부는 2023년 11월 22일 "북한의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남북 간 합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한 조치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11월 22일 효력정지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도 즉각 반발해 2023년 11월 23일 새벽 국방성(국방부)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북한 군대는 9·19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파기 선언을 했다.

북한군 장거리 포병부대가 2022년 10월 6일 공군비행대와 합동 타격훈련을 벌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합참의장·유엔군사령관, GP 공동 현장점검 

군 당국은 2023년 11월 27일 "북한군이 11월 24일부터 9·19 남북 군사합의 당시 파괴했던 비무장지대(DMZ) 북측 최전방 감시초소(GP) 10곳과 기존 1곳를 포함해 11곳 GP를 복원하고 경계진지를 구축하며 무반동총 중화기를 반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폴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2023년 12월 21일 중부전선 최전방 GP 경계작전부대를 찾아 공동 현장 점검을 하기도 했다.

2021년 7월 취임한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인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이 최전방 GP를 찾기는 처음이었다.

군 당국은 2024년 1월 5일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하고 DMZ 안에 있는 최전방 GP 복원에 나선 지 2개월여 만에 콘크리트 초소 건설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남북은 6년 전인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DMZ 안에서 운영 중이던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다. 이에 따라 DMZ 북한군 GP는 160여개에서 150여개, 한국군 GP는 78개에서 67개로 줄었다.

또 남북 간 9·19 군사합의 파기에 따라 북한군은 2023년 11월 말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들이 권총 무장을 다시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유엔군사령부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원들도 권총 재무장에 들어갔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2018년 10월 25일부로 JSA 남북지역 초소와 병력, 권총, 소총(AK-47·K-2), 탄약을 철수했었다.

북한군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당시 파괴 조치를 했던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안의 감시초소(GP) 10곳과 기존 1곳을 2023년 11월 24일부터 복원하기 시작했다고 군 당국이 11월 27일 관련 사진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했다. [사진=국방부]

◆경의선·동해선 이어 화살머리 도로 차단

북한군이 남북 교류·협력 상징으로 꼽히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장면도 2023년 12월 한국군의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북한군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은 도로를 쓰지 않고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북한군이 9·19 군사합의 산물로 DMZ 안에 만든 전술도로에 2023년 말 지뢰를 매설한 것도 포착됐다. 해당 도로는 남북이 공동 유해 발굴 이유로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에 조성했다. 전술도로는 병력이나 군사 장비 이동을 위해 조성한 비포장 도로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합의 파기의 연장선상에서 2023년 12월 남북을 잇는 모든 육로에 지뢰 매설 작업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남북 간 연결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합참은 "경의선·동해선에서 2024년 3월 가로등과 같은 시설물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29일 "북한은 2023년 말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 선언했고 군사적 복원 조치를 했다"면서 "이에 군은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남측 GP 정상화와 관련해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협조해 조치 중"이라면서 "세부 내용은 장병 안전과 관련해 공개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가 2024년 1월 5일 오후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응한 K-9 자주포 해상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2023년 4월 7일 이후 남북간 핫라인 '두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 교류 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북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군은 2024년 1월 5일 북방한계선(NLL) 해상 완충구역으로 포사격 훈련을 했다. 2022년 12월 5·6일에 걸쳐 한미군의 전방 포병훈련에 반발해 동해상으로 100여 발의 포사격을 감행한 후 1년 1개월 만이었다.

북한은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동·서해상 NLL 완충구역 안으로 20차례 가까이 포사격을 했다.

또 북한은 2023년 4월 7일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간에 언제든 직통할 수 있는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 통신선이 1년 넘게 두절된 채 불통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다툼이 전방위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에서도 군사적 핫라인이 끊긴 지 1년 만인 2023년 11월 조 바이든·시진핑 미·중 정상이 만나 우발적 군사충돌 관리에 전격 합의했다.

미·중 간 신냉전의 전방위 '패권 전쟁' 속에서도 정상이 만나 군사채널의 전면 복원과 정상 간의 핫라인 개설까지 합의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엄혹한 냉전의 극한 대결 구도 속에서도 핫라인은 유지했다.

미·중 간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핫라인 복원처럼 남북 간에도 핫라인이 하루빨리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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