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저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대비 1%포인트(p) 낮춘 2.5%로 내다봤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의 낙관적인 시각 속에서 KDI가 이번 주중 내놓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내수 전망 놓고 기재부 "회복 조짐" vs KDI "부진"

기재부는 오는 16일 '그린북 8월호'를 발표한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국내외 경기 흐름을 분석해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로 정부의 경기 진단 시각을 보여준다.

지난 그린북 7월호에서 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가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한 배경에는 소비자물가 안정과 수출 회복세가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가공식품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2.4%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물가는 2.6% 상승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수출이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난 점도 주목했다. 지난 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1% 증가했으며 상반기로 따져도 9.1%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수출 회복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6000명 증가한 2890만7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래로 40개월 연속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 증가가 제조업 등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되면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KDI는 수출이 회복했으나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KDI는 지난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1분기에 이례적으로 높았던 성장세가 내수를 중심으로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분기 GDP 증가세는 종전 3.3%에서 2.3%로 큰 폭으로 둔화한 데 이어 전기 대비로는 0.2%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그치면서 투자도 둔화하는 등 내수 부진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철(오른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경제전망 수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2024.08.11 plum@newspim.com

기준금리는 2020년 5월(0.50%) 최저점을 찍은 후 2021년 8월(0.75%) 소폭 상승하다 지난해 1월(3.50%) 최고점을 경신했다. 기준금리는 현재까지 3.50%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소비 지출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분기 기준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분기로 따로 떼어 보면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래로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기존 전망치인 1.8%보다 0.3%포인트 낮아진 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부문은 반도체 호조세가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확연히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수 부진이 파급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췄다.

◆ 기재부, 16일 '최근 경제동향' 발표…정부진단 '관심'

2분기 GDP가 0.2%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KDI를 비롯한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종전 전망치인 2.7%에서 2.4%로 낮췄고, 삼성증권도 종전 전망치 2.7%에서 2.5%로 내렸다. 유진투자증권과 흥국증권, KB투자증권도 각각 2.5%에서 2.4%로 내렸다.

내수를 두고 KDI와 주요 기관이 모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상황에서 오는 16일 발표되는 '최근 경제동향 8월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기재부는 내수 부진에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체감경기가 어려운 건 인정한다"면서도 "수출과 일자리 그리고 생산 지표가 나쁘지 않고, 하반기로 살수록 설비투자가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높았던 건 그나마 정부가 재정집행으로 건설투자를 늘린 영향이 컸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집행이 줄어들면 건설투자가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고금리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동안 누적된 고금리 영향이 얼어붙은 내수를 푸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아직 내수 회복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불확실성이 높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같은 고금리가 유지되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신규 일자리가 지연될 수 있다"며 "규제당국의 규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내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킴스클럽 강서점 "애슐리 월드델리". [사진=이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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