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62) 암살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때, 민간인 희생을 피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는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긴급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전 국방장관)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최근 몇 년 새 이란과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찰떡같은 동맹 관계를 발전시켜온 러시아가 이란에 '절제된 대응'을 주문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판단, 미국·유럽 등 서양과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푸틴의 주문은) 이란은 물론,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세력까지 모두 나서 일시에 중구난방 식으로 공격할 경우,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는 러시아의 우려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폭격과 공습을 지속적으로 주고 받고 있으며, 후티 반군도 무인기와 탄도 미사일을 동원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공격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가 순식간에 거대한 화약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이제 이란을 군사 행동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오만과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들도 이란에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는 취지로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슬람권 57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이슬람협력기구(OIC)는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긴급 외무장관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한편, 이란이 이에 대응할 '주권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이 요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피의 보복' 등에 대해선 의견 일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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