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들은 30일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 "한일 합의가 이루어진 배경 등 진상 파악을 위해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를 빠른 시일 내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 결의를 무시하고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개회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야당 단독으로 개회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 엄포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 사도섬 추모제 관련 세부 내용을 정확히 따져보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외교부와 유네스코에도 알아볼 것"이라며 "8일이나 13일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걸로 (여당 간사와) 협의 중"이라 전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갱도 모습 [사진=사도금광 홈페이지]

앞서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7일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시기 대규모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곳이다.

야당 외통위원들은 관련해 배포한 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재 추진 시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사도광산의 강제노동 역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는 7월 25일 여야 재석 의원 225명 전원 찬성으로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며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군함도에 대한 강제노동 역사를 반영하라'는 유네스코 결정을 성실히 이행하기 전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못하도록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고 짚었다. 

이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21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일본이 우리의 정당한 역사적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국회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 관련,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는 성실한 후속 조치를 전제로 사도광산 등재 협상을 할 것을 주문한 것"이라 설명했다.

또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등재 당시 유네스코 회의에서 사도광산 관련 조선인 전시실을 설치했다고 언급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대해선 "새로 세워진 전시관과 멀리 떨어진 별개 건물이라 전체 역사를 보여주라는 유네스코의 주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시 내용에 있어서도 강제동원, 강제노역 등 강제성과 관련한 기록을 찾을 수 없으며, 당시의 참혹한 생활상조차 명확히 표현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일본 정부의 대처는 그동안 우리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전체 역사 전시와 큰 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세계유산 등재를 당연히 예상했다는 듯 등재 이틀 뒤인 28일부터 시작된 전시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일찌감치 일본에 동조하여 협상을 제대로 안 한 게 아닌가 의심마저 들게 한다"며 정부를 향해 "도대체 언제까지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무성의한 자세를 수용해야 하나"라 규탄했다.

아울러 "일본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한 과거사 관련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과 오늘의 한일협력은 별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는 여야가 함께 채택한 결의를 도외시함으로써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합당하고 성근(誠勤)한 조치를 얻어낼 명분과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렸다.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직격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입장은 하루라도 빨리 회의를 열자는 건데, 국민의힘은 거부하고 있어 일단 협상 중"이라며 "단독 개회로 여당이 불참하는 것보다는 날짜를 받아내서 회의를 여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 전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사도광산의 유산 등재가 확정된 이후 한·일 합의로 마련된 전시 공간에 '강제노동' 표현이 누락됐다는 논란이 일자 전날인 29일 외통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에게 사실관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이 "현지 전시 시설에서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당시 생활상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전시실에 '강제성'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에서 충분히 당시 역사가 인지가 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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