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허용해준 연방 대법원을 비판하면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대법관 종신제 폐지와 대통령 면책 특권 제한 등을 제안하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이 지난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6 의회 폭동 사태를 포함해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허용하도록 판결한 것과 관련, "우리 나라는 간단하지만 심오한 원칙 위에 설립돼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대통령도 아니고, 연방 대법관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하면서 "이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어떤 면책 특권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의 건국 원로들의 신념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는 그가 지난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발표 후 첫 공개 연설이다. 2024.07.25 wonjc6@newspim.com

바이든 대통령은 또 현재 종신제인 연방 대법관 임기를 "대통령이 2년마다 18년 임기의 대법관을 1명씩 임명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의 임기 제한은 "한 명의 대통령이 다음 세대의 법원 구성에까지 현격하게 바꿀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종신적인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3명의 보수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로인해 대법원은 현재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진보 성향 판사(3명)를 수적으로 압도할 수 있게 됐다.  

'보수 절대 우위'의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22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고,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허용하거나 그에 대한 각종 재판을 지연시키는 결정을 잇따라 내려, 논란을 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미국 민권법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연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개정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법관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개헌은 상·하원에서 각 3분의 2 이상 찬성의 개헌안 발의가 있어야 하고, 50개 중에서 4분의 3 이상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당장은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개헌안 발의 자체가 처리되기 힘든 상황이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이와관련,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이 위험한 도박(개헌 추진)은 하원에 오자마자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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