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새로 구성된 프랑스 의회가 18일(현지시간)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 소속의 야엘 브룬 피베(54)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재선출했다. 이로써 이번 총선에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에 밀려 원내 2위에 그쳤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연합은 차기 정부 구성을 주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가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22년 6월 하원의장에 선출된 피베 의장은 이번에 '첫 여성 재선 하원의장'이라는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야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의장이 18일(현지시간) 실시된 의장 선거에서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박스를 치고 있다. 피베 의장은 3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개원한 프랑스 하원은 모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에 돌입했다. 투표는 3차까지 가는 등 치열하게 진행됐다. 1·2차 투표는 재적의원(577명)의 과반(289명)을 얻어야 하지만 3차 투표 때는 최다 득표자가 의장으로 선출된다.  

3차 투표에서 피베 의장은 220표를 얻어 207표를 얻은 좌파연합 후보와 141표를 얻은 극우진영 후보를 물리쳤다. 피베 의장은 "우린 이제 프랑스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서로 합의하고 협력하고 타협을 추구해야 하며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즉각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X(엑스·옛 트위터)에 "당신을 아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다수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썼다. 

르몽드는 "마크롱의 중도 진영과 좌파 후보를 막으려는 일부 보수파 의원들이 피베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달 초 실시된 총선에서 좌파연합은 182석, 범여권 중도는 168석, 극우 진영은 143석을 얻었다. 중도우파인 공화당은 46석을 얻었다. 

이번 의장 선출에 대해 좌파진영은 분노를 표출했다. 의장 선거에서 2위에 그친 공산당의 앙드레 샤세뉴 의원은 "대통령 진영과 우파의 비정상적인 동맹이 이번 투표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극좌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자히아 함단 의원은 "우리는 작금의 정치와 결별하려는 국민의 요구와 바람을 무시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베 의장의 재선출로 극좌와 극우를 제외한 전체 중도 진영을 아우르는 대연정을 만들려는 마크롱 대통령 구상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 10일 "공화국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주류 정당들은 의회 내 확고한 다수를 형성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 소르본 대학의 패트릭 와일 교수는 "이번 의장 선거 결과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좀 더 우파쪽에 기운 정부 구성에 대한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