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한 보편 관세와 불법 노동자 추방 등이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경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금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경우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9일 68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해당 질의에 답한 50명 중 56%는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경우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16%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버나드 보몰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기 재가속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리스크(risk, 위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더 높여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중 높은 인플레이션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어진 경제 재개방 속에서 수요 폭발 및 공급 차질, 정부 지출 확대는 지난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9.1%까지 치솟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물가는 19%나 올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한 4년간 물가상승률은 7.8%에 그쳤다.

물가 오름세를 억제하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23년간 최고치인 5.25~5.50%로 끌어 올려 지난해 7월부터 유지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13 mj72284@newspim.com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물가 오름세는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초 잠시 정체된 흐름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지난 4월부터는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는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51%의 응답자는 트럼프 2기에 연방 재정적자가 바이든 2기보다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2기가 재정적자를 더 확대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22%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정부와 의회가 채택한 감세가 만료되는 2025년 말 이후에도 이를 연장하기를 원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억만장자에 대한 감세가 예정대로 만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큰 재정적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요인이다. 59%의 응답자는 금리가 트럼프 집권 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16%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 시 금리가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재정적자 축소에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매슈 루체티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되든 대규모 재정적자를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며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무역과 같은 정책에서 갈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보편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1~2%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몇 년간 이민자들은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며 인플레이션에 마이너스(-)0.5%포인트의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2기에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더 높아지고 재정적자가 확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민주당이 정부 지출을 선호한다는 판단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녀 세액공제 확대와 같은 지출 계획을 하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했었다.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더 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산탄데르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4년 전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민 및 무역 정책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연준에 충신을 꽂는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연준 위원은 미셸 보먼, 크리스토퍼 얼러 이사로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보다 매파적(긴축 선호)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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