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 상반기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10% 정도 감소했다. 연초 사우디에서 대형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기대감이 한껏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힘이 빠진 분위기다. 다만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 수주를 기반으로 수주액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155억8423만달러(21조4500억원)로 전년동기 172억9140만달러(23조8000억원) 대비 9.9% 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핵심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지역이 올 상반기에도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누적 수주액은 100억3251만달러로 전년동기 66억1982만달러 대비 51.5% 급증했다. 전체의 64.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상반기 수주한 주요 공사로는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달러) ▲UAE 크릭 워터스 주택(2건, 2억2000만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달러) 등이다.

중동지역 이외에는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동 다음으로 해외수주 비중이 높아진 태평양·북미에서는 전년동기 50억5947만달러 대비 55.1% 줄어든 22억7397만달러에 그쳤다. 작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건설기업이 수혜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신규 투자가 줄면서 수주액이 감소한 상태다.

아시아는 21억8841만달러를 수주해 전년동기 40억4128만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아프리카는 6억5245만달러에서 13270만달러로 급감했다.

이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연초 삼성E&A와 GS건설이 총 72억2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Fadhili) 가스전 프로젝트'를 따내며 올해 수주액이 작년(333억달러) 실적을 가볍게 넘어설 뿐 아니라 9년 만에 400억달러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2분기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가 감소하며 상반기 실적이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수주 비중이 높았던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의 실적 부진이 해외수주액이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원가율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건설기업들도 보수적인 수주에 나선 것도 한 이유다.

그럼에도 하반기에는 원전 사업을 토대로 수주액 증가에 재시동을 걸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달 체코 신규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코바니 및 테믈린 지역에 1200㎿(메가와트)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공사비가 30조원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에서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으며 계약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형건설사 해외사업부 임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가율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신규 수주에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수주가 유력한 체코와 불가리아에서 대형 원전을 수주하면 평년보다 대폭 증가한 수주 실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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