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1년 반 가까이 눈부신 미국 증시 랠리를 견인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기대감이 현실과 지나친 괴리를 보이고 있으며,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투자은행(IB)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가 실질적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일부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결과라고 전했다.

골드만 삭스 주식 리서치 책임자 짐 코벨로는 AI 혁명이 창출한 수익이나 영향력이 기술 기업들이 주장하는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기업들이 AI 분야에 1조 달러의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라면서, 그러한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AI 기술이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지만 설계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AI칩 시장을 지배 중인 엔비디아를 무너뜨리려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 AI 비용이 대폭 감소할 것이란 믿음도 현실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바클레이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데이터 센터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대세에서 홀로 뒤쳐질 수 없다는 'FOMO'에 기반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엔비디아 로고 [사진=블룸버그]

이들은 특히 AI 칩이나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600억달러 정도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지만 2026년까지 해당 지출 관련 추가 매출은 200억달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용과 기대 성과 간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 닷컴 버블 형성 시절 너도 나도 광섬유 케이블 깔기에 혈안이었던 것처럼 현재 기업들의 AI 인프라 지출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생성될 추가 용량은 인터넷 구동에 더해 챗GPT 같은 사용자 기반 및 입력 요구 등 1만2000개의 새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에도 충분한데 기업들은 추가로 데이터 센터를 더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씨티는 주요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유포리아적이라며, 엔비디아나 AMD,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투자가 집중된 종목들은 가격에 성장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돼 차익 실현이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 잠재력에 대한 회의론은 학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앞으로 10년 동안 전반적인 AI와 자동화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이 3.4%포인트 추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최근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향후 10년 간 미국 생산성 개선이 0.5% 정도에 그칠 것이며, GDP 추가 성장도 0.9%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이러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면서,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같은 고공행진 AI 수혜주들이 지난달 말 일시 후퇴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주가가 견실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