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발생 당시 공장을 통틀어 금속 화재 진화 전용인 D급 소화기가 5대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금속 화재 법적 분류의 필요성과 실효성 높은 금속 화재 대처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화재 당시 상황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리튬 배터리 첫 폭발 42초 만에 작업장에 연기가 가득했으며 속수무책으로 번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현장에 있던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연기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4일 오전 10시 31분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작업자들이 들고 있던 소화기는 빨간색 분말소화기였다. 아리셀이 화성시에 제출한 '화학사고 위험 및 응급대응 정보 요약서'를 살펴보면 분말 소화기는 99대가 등록돼 있지만 금속 화재에 쓰이는 D급 소화기는 전체 11동을 통틀어 5대였다.

문제는 금속 화재의 경우 법적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소화기 비치 규정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행 소화기 기준에 따르면 화재는 일반화재(A급)와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 총 4가지로 분류되지만 금속 화재는 아직 별도 분류가 없다. 이에 리튬, 마그네슘, 칼륨 등의 금속 물질로 발생한 화재에 쓰이는 소화기를 뜻하는 D급 소화기의 도입 역시도 늦어진 것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3월 'D급 소화기 형식 기준안'을 만들어 행정 예고 하고 국가 규격을 만들고자 했지만 물질에 맞는 소화 약제 통일이 어려워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소화 약제의 대다수가 미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며 가격 역시 일반 소화기에 비해 비싸 빠른 도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 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D급 소화기의 소화 작동 원리상 모든 금속 화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구 전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장은 2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금속화재용 분말 소화약제는 금속 표면을 덮어서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거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주된 소화 원리"라며 "(화성 화재처럼) 포장된 전지 위에 금속(D급) 소화기의 소화약제가 덮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화성 화재와 같이 많은 양의 배터리가 포장된 채 쌓여 있는 경우 산소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방사 능력이 떨어져 발화 지점에 가까이 다가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의 위험성도 증대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속 화재 발생 시 골든 타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교육과 예방책을 구비하고 재빠르게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리튬 화재는 발생 시 불을 끄는 방법은 없다"면서 다만 "리튬은 열폭주(화재) 전에 오프가스(off-gas)가 나오는 전조 증상이 있다. 이때 빠르면 15초 안의 골든타임이 발생하는데, 이때 전기 자동차 화재와 같이 아예 장갑을 끼고 배터리를 수조에 담가 열폭주를 지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리튬 배터리를 소분해서 작업해 화재 확산 가능성을 낮추고 작업장 주변에 수조와 냉각기능 소화 약재를 비치해 화재를 지연해야 한다"며 "대처 후 현장을 빨리 빠져나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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