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에게 일본 기업이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2부(김현미 조휴옥 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박모 씨의 유족이 일본 기업 쿠마가이구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피고가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앞서 박씨의 유족은 지난 2019년 일본 기업 쿠마가이구미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쟁점이었는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3년이 지난 뒤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아닌, 재상고를 통해 확정된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 견해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해행위의 불법성 정도와 피고의 가담 정도, 망인의 당시 연령 및 강제 노동 기간, 노동 강도, 근로환경, 망인이 실제로 입은 피해의 결과와 정도, 그럼에도 현재까지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피고의 태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부담하는 위자료는 1억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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