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도로의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이나 종합보험 가입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열고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A씨는 2021년 7월 9일 대구 달서구의 한 편도 4차로를 주행하다 백색실선이 설치된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오던 택시가 급정거해 승객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은 도로 면의 백색실선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2항 단서 1호에서 정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종합보험에 가입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대법원 전합도 이날 "피고인이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을 넘어 주행한 것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단서 1호에서 규정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 처벌특례가 적용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전합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를 위반한 행위와 '진로 변경 금지'를 위반한 행위를 서로 다른 규정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백색실선이 일반적인 통행금지 안전표지와 달리 취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 변경 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단서 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로변경제한선과 같이 진로를 변경하는 것 자체는 금지돼 있으나 진로 변경 이후 해당 방향으로 계속 진행이 가능한 경우 그 위반 행위를 '통행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입법 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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