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유럽 최대 항공그룹인 루프트한자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비용을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기로 했다. 유럽 외 다른 국가도 SAF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SAF로 인한 항공권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뉴스핌DB]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내년부터 EU 27개 회원국과 영국·노르웨이·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최대 72유로(약 10만70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자회사인 오스트리아항공·브뤼셀항공·스위스항공·유로윙스 등도 항공편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항공업계에선 사실상 탈탄소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한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여주지만, 가격이 3~5배 비싸다. 운영비용이 증가하자 결국 항공권 가격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지난해 탈탄소 대안으로 '리퓨얼EU' 법안을 만들었다. 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EU 27개 회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들은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를 의무적으로 섞어야 한다. SAF 혼합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EU는 항공사들의 탈탄소 정책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SAF를 사용하지 않은 항공사에는 벌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그룹의 항공권 가격 인상 소식에 국내 소비자들은 다른 항공사들의 연쇄 인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루프트한자를 시작으로 (항공권 가격) 연쇄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앞서 SAF 비용을 항공권에 반영한 에어프랑스-KLM의 경우 인상 폭이 크지 않았지만, 루프트한자가 상대적으로 큰 인상 폭을 결정한 만큼 다른 항공사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에어프랑스-KLM도 SAF 도입 영향으로 2022년 1월부터 최대 12유로(약 1만80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국내 항공사들은 당분간 유럽 노선 항공권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럽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이다.

하지만 국적사들 역시 SAF 혼합 비율이 늘어날수록 결국 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외 다른 국가들 역시 SAF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국은 2030년까지 SAF 비중을 10%로, 미국은 2050년까지 100%로 강제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역시 2026년부터 모든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2050년 3~5%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SAF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는 눈치싸움"이라며 "이미 루프트한자가 시작했고 다른 외항사도 줄줄이 따라 하는 흐름이 생기면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권 인상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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