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공사비 갈등으로 몸살을 앓던 주요 정비사업들이 속속 합의를 이루면서 하반기 강남권 분양물량이 시장에 대거 공급될 전망이다.

건설 원자잿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를 둘러싼 파열음이 적지 않았다. 공사비 증액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공사 진행이 멈춰선 사업장이 서울에서만 10여곳에 달한다. 최근 서울시가 중재를 끌어내면서 공사 재개뿐 아니라 일반분양 일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마찰로 일반분양이 장기간 지연됐던 강남 사업장이 사업 재개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 최대어인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은 올 9월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시공사와 공사비를 기존 3726억원에서 5909억원으로 58% 인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조합 집행부가 공사비 협상을 재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마찰을 빚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16일 공사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게시하며 향후 90일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청담르엘 공사현장 모습. [사진=이동훈기자]

한 달 정도 이어진 양측의 신경전은 서울시의 중재와 협상으로 기존 공사비 증액을 원안대로 준수하는 수준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청담대교 남단 한강변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5층, 9개 동, 1261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이 중 17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시장에서는 올 초 분양한 잠원동 '메이플자이'와 비슷한 3.3㎡당 7000만원 안팎에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5년 9월 입주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아파트도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마찰로 일반분양이 장기간 지연됐다. 최초로 계약한 공사비는 3.3㎡당 510만원이었으나 백제문화재 발굴,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대폭 증가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종 공사비로 3.3㎡당 889만원을 조합에 요구했고, 이보다 77만원 낮인 811만5000원에 합의했다. 일반분양은 이르면 오는 9월 진행될 예정이다.

잠실진주는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분양이 589가구 규모다. 청약에 당첨되면 7억원대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이 단지는 이미 송파구청의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평균 일반분양가 5409만원에 심의를 마쳤다. 이 금액을 적용하면 전용 59㎡가 13억원대. 전용 84㎡가 17억대다. 주변 잠실 '엘스'의 전용 84㎡는 이달 26억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면적으로 '리센츠'는 2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외에도 은평구 대조1구역과 안암2구역, 강북구 미아3구역 등도 공사비 갈등이 봉합되며 일반분양이 가시권에 들어갔다.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인 은평구 대조1구역은 공사비 미지급, 조합장 및 임원 전원 직무집행정지 등으로 올해 1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새로운 조합 징행부와 공사비 협상, 마감재 결정, 조합원 및 일반분양 등의 사업추진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를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동 2451가구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장은 서울 내 입지 경쟁력이 높은 데다 주택 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로 이뤄져 일반분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서울지역 분양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5대 1을 기록했다. 주택경기가 과열됐던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최근 서울지역 신규공급이 줄어든 데다 집값 회복세가 나타나 청약에 관심을 두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는 주변 매맷값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대기 수요자에게는 1순위 지원 대상 지역이다"며 "신규주택 공급부족, 집값 상승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청약 당첨 경쟁은 당분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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