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은행권 가계대출이 두 달 만에 11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고삐를 죄겠다"며 관리에 나섰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3일 오후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은행권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이 3일 오후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한 은행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제공) 2024.07.03 jane94@newspim.com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원인을 점검하고 하반기 관리방향,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금융지원 운영현황 등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 대비 93.5% 수준으로 2년 연속 하락하는 등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지만 4월부터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1월 9000억원 증가에서 2월과 3월에는 각각 1조9000억원과 4조9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하지만 4월 4조1000억원 늘어나며 증가로 전환, 5월에도 5조4000억원 불었다. 금융권에서 4월과 5월 두 달 만에 9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특히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만 11조1000억원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최근 증가요인으로는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하락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이 꼽힌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증가한 모양새다.

이 부원장은 "금융당국은 일별·월별로 가계대출 현황을 체크해 왔고 우리나라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며 "올해 4~5월의 경우 (가계대출 관련 수치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시장의 분위기가 과열될 조심이 보였고,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약간의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대해 최근의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고 연초 설정한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되도록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원장은 "각 은행 측에서 (이날 간담회에서) 금년 연간 경영 목표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씩씩하게 얘기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주요 은행들은 금년도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목표증가율을 연간 2~3% 수준으로 설정한 상태다.

한편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원인인 주담대 금리를 이날부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입 후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0~4.4%에서 연 3.13~4.53%로 오르고,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도 연 3.67~5.07%에서 연 3.8~5.2%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로 하고 인상폭에 관해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구체적인 방향은 정하지 않았지만 금리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담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시중은행과 사전에 상의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 부원장은 "IMF 외환위기 전부터 금리는 자율화됐다. 금리는 시장에서 정한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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