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개발제한구역(그리벨트)에서 해제된 서울 서초구 집단취락지역에 위치한 10개 마을이 고급주택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 외곽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고급타운하우스가 서울 강남권에 들어설 기회가 온 것이다.  

토지 소유주가 자체개발을 해야되는 만큼 시간은 다소 필요할 전망이다. 지금은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밑그림이 그려진 수준이다. 하지만 개발 '고삐'가 풀린 만큼 10년 이후에는 도심내 저층 고급주택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인허가권자인 서울시도 '빌라촌' 대신 체계적인 주택개량을 선언한 만큼 고급주택 건설이 유력한 것으로 진단된다. 

방배동이나 한남동 같은 저택 중심의 초고가 주거지역이 될 것인지 타운하우스 같은 고급 공동주택이 건립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프리미엄 브랜드 타운하우스 건설 업체들 역시 '땅 작업'이나 지주 공동사업 등으로 이 일대 주택개발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돼서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서초구 집단취락지역 6개구역, 10개 마을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심 근교에 고급주택을 원하는 중산층 이상 수요가 몰려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서초구 집단취락지역, 빌라 대신 1~2층 전원주택 지향

서울시는 지난 5일 제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서초구 집단취락지역 6개 구역, 10개 마을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대상지는 2002년과 2006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청룡‧원터, 홍씨‧능안‧안골, 본, 염곡, 성‧형촌, 전원마을 등이다.

이 지역은 전용주거지역으로 유지‧관리됐던 마을이다. 대상지 마을들은 용적률 최대 100%의 최고 2층짜리 주택 건축만 허용돼 개발 요구가 높았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전용주거지역을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하고 용도지역이 변경되더라도 기존 건축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건폐율, 높이 등 마을별 특성을 반영한 건축계획을 수립했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임은 법적으로 4층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단독·저층주택단지였던 점을 고려해 최고 층수 3층까지만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4층 이상일 경우 물량으로 사업수익을 낼 수 있는 중저가 빌라들이 들어서면서 빌라촌이 돼버릴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결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상지 마을을) 가보면 알겠지만 오픈스페이스가 많은 1~2층 단독주택지"라며 "하지만 빌라가 들어서면서 빌라촌이 형성될 경우 주거환경이 버려진다라는 도시계획 공동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층의 쾌적한 주거단지를 만들기 위해 (층수를 3층으로 제한하게) 변경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주들은 3층 이하로 자신이 구상하던 주택을 지을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민간이 건축할 때 기준(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상이 된 마을마다 현재 1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단독주택이 있을 수 있고 구분등기가 가능한 공동주택이 들어올 수 있는데 한 마을당 400~600가구가 들어설 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원 주택단지이기 때문에 단독주택 위주로 짓도록 유도했지만 아직 4필지 이상을 같이 짓지 못해 크게 짓진 못한다"면서 "4가구 이하까지로 계획했고 최대 6가구까지 허용하기로 한 만큼 현재 가구에 4배~6배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원주택 형식으로 짓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가구수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주택지 평단가 3000만 중반대 "중산층 수요 몰리며 부촌으로 거듭날 가능성"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던 토지소유주들은 한층 자유로운 형태로 건축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대상지에 놓인 도로 등은 토지소유주들이 다 지은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주택형식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건축규제를 풀어준다는 설명이다. 서울 도심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쾌적한 단독주택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상태로 눌러 놓게될 경우 (토지 소유주들은) 건물을 안 짓는다"면서 "지을수 있게 허용해주되 이쁜 단독주택정도를 지을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도 아파트 말고 그런 (저층 주거지) 단지들이 있어야 되고 이걸 보호하자는게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토지 소유주가 자체개발을 해야되는 만큼 개발까지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가이드라인만 나와있는 상태다. 하지만 10~20년이 지난 후에는 서울 도심내 저층 고급주택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원주택 생활을 꿈꿔왔지만 서울 내 단독주택지인 한남동이나 방배동 등은 땅값이 비싸 엄두를 못낸 중산층 이상 고급주택 수요들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진단된다. 개발까지 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저평가 돼 있는 대상지들을 미리 매입한 후 중장기적으로 개발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유입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현재 한남동에 나와있는 토지 평단가는 1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유앤빌리지와 같은 주택지의 경우는 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상지 가운데 성촌·형촌마을의 경우 현재 토지 평단가가 3000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지금은 개발 기대감이 반영돼있지 않은 가격이지만 향후 '큰 손'들의 토지 매입이나 타운하우스 건립을 위해 건설 시행사들의 '땅 작업'도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도 도심 한가운데는 아니지만 한남동-방배동을 잇는 고급 저층 주거지 탄생이 가능한데다 아직 저평가돼있는 만큼 투자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에서 저층 고급주택지는 중산층 이상 수요자들이 꿈꾸는 주거 형식이기도 하다"면서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산층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도 오르며 또 하나의 부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