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신정인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 사건이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의료계가 의료대란의 장기화를 예고하자 법조계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수험생 등 18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 등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5월 31일 이전에 심리·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하 및 기각 결정 이후 의사들이 모인 한 대화방에서는 "파국이다", "결국 사직하게 만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에 복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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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기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애초에 사건을 법원에 가져온 것은 법리적인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 아니었느냐"면서 "법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 재항고를 구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5월 안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초 법률사무소 대중 변호사 역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도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에서도 의대 재학생들에 대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의 긴급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공공복리(의료개혁)의 저울이 더 무겁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법원 판결에도 의료대란 장기화 수순을 밝고 있는 의료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다"며 "휴진 장기화는 국민을 인질로 삼아서 일방적 주장을 획득하려고 하는 막가파 행동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법원의 결정이 이렇게 나왔으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도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권이나 건강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협의나 논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강경하게 복귀 명령을 내리고 형사처벌을 예고하는 이런 식의 과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 건강을 위해 하루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좋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고법은 전공의와 의대 교수, 수험생들에 대해선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고 판단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의대생들의 경우, 헌법·교육기본법·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따라 학습권이 보장되므로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봤다. 다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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