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올해 상반기가 아무 성과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감이 감지된다. 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국민보다, 이 불편한 상황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국민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방향은 옳지만, 정반대 효과를 가져오는 정부 정책을 종종 볼 수 있다.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일수록 더 그랬다. 올해 상반기는 '의대 증원' 파장이, 지난해 이른바 '킬러문항 배제 논란'이 그랬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한마디에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실현됐지만, 입시 결과는 어땠나.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이른바 '불수능'에 수험생은 골탕을 먹어야 했다.

김범주 사회부 차장

수능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 출제 경향에 손을 대는 선택을 했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입시 불안감을 키운 것은 정부인데,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안도하는 당국자의 모습에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던 기억이 남는다.

의대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줬지만,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의 졸속 논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의대 증원을 위한 정원배정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위원수 등 모든 게 베일에 싸여있다. 정부가 과학적 방법론을 썼다며 인용한 연구보고서의 작성인들도 2000명 증원에는 반대하고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입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의대 증원은 '입시의 블랙홀'로 평가받는다. 입시 관점에서 바라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대변혁'으로 불릴만 하다. 대입 합격점을 보면 서울대 의대부터 지방 의대까지 한 바퀴를 돌고나서야 상위권 대학의 다른 학과 차지가 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올해 대입은 증원 규모에 맞춰 실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안정성' 있게 올해 대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정책 불안정성에 따른 '불안감'으로 사교육을 찾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학교 안팎에서는 의대 선발로 확대된 명문대 입학 기회를 잡으려는 이른바 '낙수효과론'도 공공연하게 형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비가 제대로 잡힐리 없다.

의대 증원 논란 3개월 동안 고등학교 교실은 혼돈 그 자체였다. 수능 6월 모의평가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입시 요강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시 원서를 쓸 수 있겠냐는 하소연도 나온다.

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런 결과를 누군가의 '탓'으로만 돌릴 것인지 우려가 앞선다. 지금부터는 블랙홀에 빠졌던 교육 정상화에 힘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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