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유씨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오는 9월 3일 나올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와 그의 지인인 미술작가 최모 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내 유명 연예인으로 재력과 유명세를 이용하여 소위 '병원쇼핑'을 통해 상습적으로 손쉽게 마약을 투약하고, 타인 명의로 마약을 처방받기도 했다"며 "또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투약하고 관련자들을 입막음시키고 목격자는 해외로 도피시키는 등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을 경시하고 문란케 했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단순한 영화배우가 아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하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지만 그러한 영향력을 자신의 죄를 덮는데 사용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징역 4년 및 벌금 200만원 및 추징금 154만원 상당을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3.05 mironj19@newspim.com

유씨 측 변호인은 마약 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이는 오래 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대한 치료 목적 차원이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많은 영화와 광고를 촬영하면서 잦은 밤샘 촬영으로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었고 직업 특성상 부득이하게 다양한 의료시술을 받아왔다"며 "수면마취를 동반한 짧은 시술 시간에만 겨우 잠에 들 수 있었고, 이후 수면마취제에 대한 의존성이 조금씩 발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면마취제의 종류나 이름은 알지 못했으며, 의료시술 과정에서 병행된 수면마취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후 피고인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수면마취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났고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마흡연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대마를 직접 교부하거나 권유한 사실이 없다"며 "그들은 매주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파티도 하고 연애 상담도 하는 등 막역한 사이였다. 피고인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유씨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제 인생 전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불미스럽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앞으로 훨씬 건강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저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고 사회에 더 크게 이바지하며 살아갈 것을 약속드린다"며 "다시 한번 저에게 실망하신 분들, 저로 인해 상처받고 피해입은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마약 투약 및 범인도피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지인 최씨에 대해서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까지 후회와 반성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결과는 오는 9월 3일 나올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병원 14곳에서 미용 시술 목적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레미마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5월부터 지난 2022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고, 2022년 1월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자신의 범행이 발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있던 지인으로 하여금 대마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들과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지난해 8월에는 자신의 대마 흡연 사실을 경찰에 진술한 유튜버에게 진술 번복을 종용하고 협박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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