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월 집단으로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 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다. 의정 갈등이 강대강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진료 보조 인력(PA, Physician Assistant) 합법화를 본격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 제1소위원회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국민의힘),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3개의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이 장기적으로 PA 합법화의 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보건복지부는 해당 소위에 참석해 추 의원 제정안 중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와 관련하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 및 치료 행위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 후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진료 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는 23일 "PA 합법화 획책을 시도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PA는 의사를 보조해 진료, 치료, 검사 등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으로 주로 간호사가 그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개원의들의 반발로 합법화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PA가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PA가 진단과 처방까지 수행할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인력 공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공의 비중이 적은 병원은 이번 의료 대란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전공의를 대체할 PA 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의에 비해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전공의로 운용되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구조가 전공의 단체 파업으로 타격을 입은 만큼, 전공의의 대체재로 PA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대서울병원

실제로 지난 2019년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전체 의료진 중에서 전공의 비중이 7%에 불과한 수련병원이다. 주요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20~3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대서울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지난 2월 의료 대란이 발생한 후 다른 병원들은 적자로 인해 비상 경영에 들어갔지만, 이대서울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병상 점유율도 떨어진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애당초 전공의 비중이 적은 것도 원인이지만 PA 인력이 전공의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부분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인 B씨는 병상 점유율 공개를 꺼리면서도 다른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B씨는 "다른 병원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전문의 중심 병원이 정상적인 구조라고 볼 수도 없다. 전문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PA 인력의 비중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의협은 PA가 불법이라고 대학병원들을 공격하지만, 그 어떤 대학병원도 PA의 존재를 부정한 곳은 없다"며 "합법화, 비합법화를 떠나 현재 PA 전수조사도 안 돼 있는 상황이다. 양지로 올려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를 거부하는 등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견지하면 정부와 병원 경영진들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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