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확보됐다.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의 공사비용 뿐만 아니라 정시 완공 실적을 보유한 점이 강점으로 적용됐다. 향후 전세계를 향한 원전 수출에도 줄줄이 '순풍'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정부는 지난 17일 오후 8시 50분께(현지시간 오후 1시 50분)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향후 우선협상대상자로 논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진행하기 된다면, 원전 산업에서 유럽문을 활짝 연 교두보로도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주계약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핵심 관계자는 "먼저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비교해 원가가 절반 이하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며 "또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온 타입, 위드인 버짓, On Time, Within Budget)한 경험 역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킬로와트(㎾)당 3571달러, EDF의 건설 단가는 ㎾당 7931달러로 집계됐다. EDF의 건설 단가가 한수원의 약 2.2배 수준이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수원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로 선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DF는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와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영국 힝클리 포인트C 등 여러 나라에서 EPR 사업을 추진했으나 예산과 기간 등이 기존 계획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공사에 대한 신뢰를 다소 떨어뜨리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이번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까다로운 유럽시장을 연 '신호탄'이 됐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간 강력한 정치적·경제적 협력 구조에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유럽 시장을 열었다는 것은 향후 또다른 유럽국가와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번 선정으로 폴란드·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 등 유럽국가에서의 원전 발주 사업에도 추가로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폴란드 코닌(코난 퐁트루프) 원전사업에도 뛰어들어 현재 타당성 조사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이집트 엘다바 원전은 2022년 계약을 맺고 시공에 들어가 2027년과 2029년에 각각 1호기, 2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 신규원전 건설사업도 도전할 예정이다. 

현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목표로 둔 원전 10기 수출에 대한 현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TF를 구성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산업부 장관 주재로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후속조치와 추진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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