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첫 미 대선 TV 토론 후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미국의 동맹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국가들은 사실상 '트럼프 2기' 가능성이 커지며 이에 대한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28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자 전 세계 각국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토론에서 대패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신문사 르 몽드는 바이든 대통령을 난파선에 비유했고 영국의 데일리 미러는 그의 토론을 "실수투성이의 악몽"이라고 묘사했다. 독일 빌트(Bild)지는 "잘 자라, 조"라고 썼으며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제압했다. 민주당은 조(바이든)로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커다란 압박을 받아온 유럽에서는 특히 그의 복귀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재선 도전 포기를 요구하는 완곡한 목소리도 나온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조 바이든은 할 수 없다"며 "그는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을 가져서는 안 되며 말을 바꾸는 것은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29 mj72284@newspim.com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외교,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속마음을 완곡히 드러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해 질 녘까지만 달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인생 후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해당 게시글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전성시대에 잇달아 국가를 통치한 5현제(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중 무능한 아들 코모두스에게 왕좌를 물려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토론에서 직접 대면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나는 이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교체해야 하나? 그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이러한 반응은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내주 영국 총선에서 차기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미국 대선 토론에 대한 직접 평가를 삼갔다. 그는 "미국 선거에 대해 내가 논평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공개로 노동당 관계자들은 전날 대선 토론이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를 선호하지만 당선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의 전 외교관이자 싱크탱크인 캐논 연구소의 리서치 책임자인 미야케 쿠니히코는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은 아마도 자체적으로 파멸한 것 같다"면서 "8년 전과 달리 다른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과 마찬가지로 더 잘 대비할 수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는 예측 불가"라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소의 피터 리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인상하도록 하는 데 있어 매우 강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측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에 대해 더욱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과 갈등을 지속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은 당장 크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토론을 시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이 알람을 맞추고 아침에 일어나 미국 대선 토론을 볼 것으로 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공식 논평은 없었지만,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한 게시글은 전날 토론에 대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설득하려는 한 노인과 자신이 노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 명이 노인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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