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경제가 향후 수년간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경제학자와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51명 중 85%를 차지하는 43명이 "향후 5년 간 경제적 불평등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43명 중 21명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자신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명, "매우 자신한다"는 응답자는 2명에 불과했다.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의 2023~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회계연도 대비 8.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경제국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고 증시 역시 글로벌 시장 중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는 현재 14억 인구 중 8명 이상에게 식량용 곡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1922~2023년 100년 간의 인도 불평등을 추적한 결과 2022~2023년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22.6%에 달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947년까지 이어진 영국 식민지 시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구소는 특히 "2014~2015년, 2022~2023년 '부의 집중도'가 심화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뉴델리 소재 인도 공과대학 경제학자 리티카 게라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현재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 목표가 아니다"며 "불평등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문 항목에는 지난 10년 간의 인도 경제 성장의 질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도 포함됐다. 이 기간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했던 기간이다.

53명 중 80%에 가까운 42명이 "포용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이 중 17명은 "전혀 포용적이지 않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8명은 "비교적 포용적", 3명은 "포용적"이라고 답했다.

향후 5년 간 인도 정부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 이상(49명)이 '실업'을 꼽았다.

실제로 높은 실업률은 빈부 격차와 함께 모디 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극심한 빈부 격차와 높은 실업률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도 민간 싱크탱크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에 따르면 인도 실업률은 3월 7.4%에서 4월 8.1%까지 올랐다. 5월에 7.0%로 소폭 둔화하긴 했지만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의 6%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15~29살 청년 실업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7%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또한 인도 정부가 근로자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포용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델리 경제대학교의 파릭싯 고쉬 교수는 "빠른 성장을 경험한 대부분의 국가는 농장에서 공장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기반으로 했다"며 "그러나 인도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약 30년 동안 15%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양한 이유 중에서도 교육에 진지하게 투자하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인도는 GDP의 약 3%를 공교육에 지출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서 권장하는 6%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라고 짚었다. 

[뉴데리 로이터=뉴스핌] 2024년 5월 20일 인도 뉴델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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