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타격을 가하는 보복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관세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트럼프와 원만한 협상 타결을 원하지만, 트럼프가 강공을 선택할 경우 이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턴 뉴스핌]

이 사안을 잘 아는 EU 관계자 2명은 FT에 "EU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통상위협대응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를 발동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ACI 발동으로 EU 집행위가 빅테크와 같은 미국 서비스 산업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이 ACI"라고 했다.

EU 관리들이 '바주카포'라고 부르는 ACI는 지난 2023년 발효된 것으로 EU 집행위가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상업적 활동이나 지적 재산권 보호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 

또 외국인 직접 투자를 차단하거나 은행·보험, 기타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유럽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도 있다.

EU가 트럼프 관세 공격에 맞대응을 결정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3월 트럼프가 유럽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 EU가 28억 유로 상당의 미국 상품에 보복 조치를 단행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FT는 "EU 집행위는 미국 관세에 따른 유럽 기업의 피해 증거를 마련해야 하고, 보복 조치 실행에 27개 회원국 중 15개 이상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랑 생 마르탱 프랑스 무역부 장관은 "(보복) 속도는 핵심 문제 중 하나이며 우리는 지난번보다 더 빨리 준비해야 하고 더 단결하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도로 EU 회원국 통상 담당 장관들은 4일 폴란드 바르샤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미국과 무역 갈등이 현실화 될 경우 징벌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로스 세페코비치 EU 집행위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연합은 미국과 (관세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조속히 협상하고 싶다"면서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상품 부분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에 큰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유럽연합에 확실히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미국이 350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EU에 대해 얼마나 가혹한 관세를 물릴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은 확정이 됐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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