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 이 모(30)씨는 평일 아침에 법원 등기를 받을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출근을 해야 해서 못 받을 것 같다"고 상대와 실랑이를 벌이던 이 씨는 인터넷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떤 계좌가 있는지 묻자 이 씨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인터넷에 비슷한 피해사례를 쳐 봤는데 사기범이 공유해준 사이트 주소(url)가 뜨지 않아서 통화를 계속 이어갔다"고 했다. 

11일 SNS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후기'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범죄 위험에 노출됐거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이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나누는 셈이다. 실제로 젊은 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다수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20·30대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전체의 36%에 달한다. 지난해(55%)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고연령층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부정한다. 오히려 청년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에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드신 분들은 오히려 앱 설치를 잘 몰라서 겁을 내는데 오히려 젊은층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한 이 씨 역시 개인정보 입력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사기범이 건네준 사이트에서는 주민번호를 입력하라고 했지만, 이 씨는 "요새 주민번호는 공공재 수준이라 (그 정보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에 젊은층을 타깃한 신종 범행 수법도 발견된다.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SNS로 접근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한다. 최근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늘어난 만큼 택배 배송 문자를 가장하기도 한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물품이 분실됐다며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보내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 경우 전화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캐묻는 과정에서 설득당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하는 상대방이 고객센터나 경찰, 검찰, 금감원이라고 하면서 연결해주는데 다 연결된 범죄조직"이라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도 나중에는 의심을 걷어버린다"고 말했다. 오히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며 얘기해주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상철 법무법인 별 변호사는 여신거래 안심 차단 서비스나 휴대전화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에 사전에 가입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는 "휴대폰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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