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유럽에겐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를 계기로 미국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에서 즉각적인 종전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같이 말하며 "우리 모두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현 상태로) 전쟁이 빨리 끝나면 우크라이나에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의로 2022년 10월 출범한 EPC 정상회의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터키 등 주요 관계국 정상들이 모여 유럽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이번 5차 회의에는 47개국 정상이 참석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초대됐다.

회의 주재국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 세계 더 많은 지도자들이 그의 휴전 협상 요청에 동의하고 있다"며 "친(親)평화 진영이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 모인 참석자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들이 말하는 종전은 러시아에게만 훌륭한 모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휴전을 하고 나중에 평화를 논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매우 위험하다"며 "휴전은 러시아가 우리의 주권을 짓밟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 적은 없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 20%에 대해 러시아 점유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숙원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20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6월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러시아 영토 인정 등을 제시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