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대학 총장들이 의대 교육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의평원 평가에 따라 의대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이 아예 정지될 수 있다. 의대생들의 의사국가고시 응시도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는 등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거듭된 난항을 겪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정원의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하는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는 총 104명으로 전체 정원의 1.36%에 불과하다. 2024.08.01 choipix16@newspim.com

의평원은 지난달 30일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서 이들 의대를 상대로 51개 항목을 6년간 매년 평가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대학에 의평원 기준에 따라 학생·교원 수, 시설, 재정 조달 등이 반영된 주요변화 평가계획서를 11월 30일까지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의평원 발표에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평원 기준이 지나치게 빡빡하고,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 총장은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언제 돌아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교육을 정상화한 뒤에 보고서를 내는 것이 맞는 순서"라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의평원 등에 이러한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한 뒤 3개월 이후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대는 의평원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대가 의평원 평가에 따른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고, 의사 국가고시 응시에 제한이 걸린다. 실제 2017년 서남대학교는 의평원 평가에서 탈락해 신입생 모집이 정지됐다. 이후 교육부는 2018년 2월 서남대의대를 폐교 조치했다.

만약 의총협이 의평원과 협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평가 보이콧에 나선다면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앞서 교육부도 의평원 계획(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대학 입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향후 교육부는 의대에 대한 주요 변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평가 계획(안)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 권고 또는 보완지시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의사 국시 참여율도 저조해 내년도 의료 인력 수급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은 총 364명으로, 응시 대상 인원의 10%가 조금 넘는다.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제외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중에서는 전체의 5%에 불과한 159명만 원서를 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총협에서 의평원 평가 계획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의평원이 (최종 주요변화 평가 기준에) 대학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따라 이행 권고 또는 보완지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의사국시 추가 여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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