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가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교통사고 이후에도 사고 시작 지점인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 출입구에 주차 안내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추모객과 인근 직장인들은 사고 발생 지점이 오거리라 초행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 있는만큼 호텔 쪽에서 주차 안내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은 운전자 과실로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고 이후라도 주차 안내원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19일 뉴스핌 취재진이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을 둘러본 결과 호텔 정문 앞에는 4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지만, 시청역 사고가 발생 시작 지점인 호텔 주차장 출구에는 주차 안내원이 없다.

시청역 사고가 시작된 지점인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 출구.[사진= 노연경 기자]

앞서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 출입구 쪽에 기동순찰대를 배치하고, 사고 이후에도 역주행이 발생한 더플라자호텔 인근에 순찰차를 배치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보름 이상이 지난 이날에는 경찰 병력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도 병력의 한계가 있는 만큼 병력을 계속 배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시작된 호텔 주차장 출구에서 정방향으로 주행하려면 곧바로 우회전해야 한다. 주차장 출구 쪽 도로 바닥에 왼쪽으로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표시는 있지만, 사고 차량이 진입한 역주행 방향 도로로 진입하면 안 된다는 표시는 없다. 출구 쪽에서 역주행을 알려주는 안내판은 건너편에 있는 진입금지 표지판이 전부다.

사고 장소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오모 씨는 "정문에서 문을 열어주는 직원만 둘 게 아니라 주차장 출구 앞에도 주차요원이 있어야 한다"며 "그쪽이 보행자랑 차량 통행이 겹치고, 버스도 다녀서 주차 안내원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추모객들의 꽃들이 놓여있는 인명 피해 발생 장소에도 주차 안내원이 있었다면 사고를 막았을 수도 있을 것이란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한 추모객은 "쿵 하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9명이 누워있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직접 그린 오거리 약도와 함께 호텔 주차장 출구에 주차 안내원이 배치돼 있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시청역 사고를 추모하는 공간에 한 추모객이 호텔에 주차 안내원이 있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사진=노연경 기자]

조선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출차하는 방법은 시청 방향의 우회전을 통해 6차선 왕복차로에 합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출차 방향이 헷갈릴 경우 상시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호텔 입구로 돌아 다시 문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출차 시 우회전 안내가 바로 이어지는 내비게이션 덕분인지 다시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관할 구역이 아닌 일반 도로에 호텔 직원이 교통 안내를 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텔 측은 사고 이후 도로 표시 추가 작업을 위해 중구청과 교통안전공단과 대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