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국정원 출신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미국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대선을 100일 앞둔 미국이 한국 정부를 타깃 삼아 러시아나 중국이 할 법한 불법 정보 활동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전 세계에 경고하는 시범 케이스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정원의 미국 내 정보활동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심각하다는데 용산 대통령실은 태평하다.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이것이 이 문제를 다루는 온당한 태도인가"라고 꼬집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그는 미 법무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인용해 미 FBI 간부가 '수미 테리의 행동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우리의 방어체계가 취약해지고 생명의 위협이 가해져 모든 미국인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이슬람 테러 집단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 않나. 중국의 첩보 공작에 대해 비난하는 것 같지 않나"라며 "그와 동일한 용어를 동맹국인 대한민국에 쓴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은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미국과 최고위급 접촉에 나서야 한다"며 "더는 대한민국의 외교와 해외 정보 활동이 위축되거나 파괴되는 일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미국 검찰 기소장에 한국 정보관이 찍은 사진이 들어갔다며 "이런 정보 활동을 하도록 내몰아친 당시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국정원 1차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은 해외 정보 사건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보완시스템을 장착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나치게 정보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4월 미국이 대한민국 대통령실을 도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수미 테리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문제 제기할 경우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즉 맞불 카드로 준비했지만 사안이 위중해 기소까지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윤 정부가 과도한 정보 활동을 한 까닭은 "과도한 미국 잘보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인수위 시절 대통령 특사단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를 방문했는데 이때 '문재인 정부 때 한미 관계가 엉망이라는 걸 듣고자 했다"며 "그러나 당시 미국서 '한미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충분히 좋다'고 했고, 윤 정부는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바이든 정권이 윤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과도하게 '미국 잘 보이기'를 하기 위해 안테나를 켜게 된 게 수미 테리 사건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검찰은 한국계 대북전문가 수미 테리 연구원을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그가 지난 2013년부터 국정원 요원들에게 받은 선물 등이 기재됐고, 명품가방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폐쇄회로(CC)TV 사진 등이 첨부됐다.

이에 전날 대통령실은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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