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방면으로 9월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었다.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연준의 걱정거리였던 서비스 물가 오름세에서도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5월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 전문가 기대치에 부합한 수치로 4월 2.7%보다 낮아졌다. 헤드라인 지표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2.6% 올라 마찬가지로 완화하는 물가 압력을 확인했다. 연간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페더레이티드 허미스의 캐런 매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지표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매나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보낸 이메일에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을 "안도감을 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수리상.[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29 mj72284@newspim.com

◆ 서비스 물가 압력 완화, 소비 증가세도 완만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다방면에서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세 완화를 주도해 온 재화 물가는 5월 중 전월 대비 0.4% 내렸으며 1년 전과 비교해도 소폭 하락했다.

미국의 고집스러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던 서비스 물가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쳐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더딘 오름세를 나타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서비스 물가는 3.9% 상승했다.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서비스 물가 오름세는 5.1%에 달했다.

연준과 시장이 주목하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장 느린 오름세를 보여줬다. 지난달 5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3.4% 오른 것으로 나타나 4월 3.5%보다 상승 속도를 늦췄다. 지난 2010~2019년 평균 2.2%에 머물던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5.3%까지 급등한 바 있다.

이 지표는 여행과 여가, 헬스케어 등 서비스 물가에서 에너지와 주거비용을 제외한 지표로 기업들의 가장 큰 지출인 노동에 대한 비용을 반영한다. 서비스업의 지배력이 강한 미국 경제에서 전반적인 물가 진정을 위해서는 이 같은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단기 인플레이션 추세도 완화하고 있는 물가 오름세에 힘을 줬다. 3개월 연율 근원 PCE 물가지수는 4월 3.5%에서 2.7%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6개월 연율 근원 PCE 물가지수는 3.2%로 4월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 지출의 완만한 증가세 역시 향후 물가 상승 둔화 기대에 힘을 준다. 미국 경제 활동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5월 중 0.2% 증가했다. 이미 1분기 소비 지출은 연율 1.4% 증가해 지난해 4분기 3.4%보다 큰 폭으로 진정됐다.

매나 매니저는 "고용시장이 식고 있지만 다양한 지표상으로 여전히 견조해 소비자들이 꼼꼼해 지면서도 가치에 집중하며 지출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그런 것을 감안할 때 가격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재화 및 서비스 간 옵션을 평가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면서 이전 경제 둔화기 때 본 것처럼 허리띠를 조이지는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기대.[표=CME그룹 페드워치] 024.06.29 mj72284@newspim.com

◆ 연준, 마음 놓고 9월 금리 인하하나

4월에 이어 5월 인플레이션 지표도 완만해지는 물가 오름세를 보여주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강해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약 65%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9월에 이어 12월에도 금리를 내려 올해 총 2차례 완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12일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올해 1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차례 금리 인하 기대 역시 그럴듯한 전망이라고 평가해 금리 인하 횟수가 1차례보다 많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북미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PCE 지표가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초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하락) 추세로 복귀와 실질 경제 활동의 새로운 약세는 연준이 이번 9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에서는 이날 인플레 지표를 반기는 모습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표 발표 직후 CNBC와 인터뷰에서 "정책이 충분히 타이트하다는 근거를 받아보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세와 소비지출,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표 발표 전 토머스 바긴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프랑스 중앙은행 주최 행사에 참석해 "신용카드 지출과 같은 실시간 지표는 견조하지만, 거품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고 최근 경제 상황을 분석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하며 이것은 올해 안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진단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화 디스인플레이션과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약세는 9월 금리 인하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날 지표 발표 후 시장은 자산별로 엇갈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은 상승 중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1시 56분 다우지수는 0.16%,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28%, 0.31%의 오름세를 보였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만기별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4.7bp(1bp=0.01%포인트) 오른 4.335%, 2년물은 0.4bp 하락한 4.712%를 각각 가리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달러화도 통화별로 다른 모습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0.06% 올라 1.0711달러를 기록했으며 달러/엔 환율은 0.05% 상승해 160.86엔을 가리켰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0.06% 하락한 105.84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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