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부가 공개한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6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떼어먹은 전세보증금이 평균 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앱에 공개된 악성 임대인 이름과 신상을 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이며 평균 18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있는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01.03 pangbin@newspim.com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악성 임대인의 기준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사람이다. 또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1억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있는 임대인 명단도 공개된다.

명단에 오른 126명의 연령대는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 순이었다. 특히 젊은 층인 20~30대(36명) 비율이 28.6%에 달한다.

미반환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손모(32) 씨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액이 707억원에 이른다.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지난 4월 명단이 공개됐다.

그다음으로는 인천 부평구가 주소로 등록된 정모(68) 씨로 보증금 약 11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이모(26) 씨로 4억8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 명단에 올랐다.

악성 임대인의 거주지는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거주자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35명, 인천 19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세사기 사건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지금까지 정부가 공개한 악성 임대인은 실제보다 적은 편이다. 명단 공개의 근거가 되는 개정 주택도시기금법은 지난해 9월 29일 시행돼 시행일 이후 발생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들만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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