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미술관을 상대로 'SK 빌딩에서 나가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마친 뒤 법정 입구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04.16 leemario@newspim.com

재판부는 "피고(아트센터 나비 미술관)가 원고(SK이노베이션)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서 목적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계약 해지 이후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고 10억456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노 관장 측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전대차 계약이 SK그룹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SK의 문화경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만큼 그 목적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1심 판결 이후 돌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대차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이고 달리 이것이 계약 위반이라거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노 관장 측 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25년 전에 최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이 이전한건데 이렇게 돼서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을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4층에 입주해 있으며 2000년 개관 이후 노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해당 빌딩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어 실질적인 SK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전대차 계약이 지난 2019년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 나비가 무단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두 차례에 걸쳐 조정기일이 진행됐지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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