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시장이 회복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 과정에서 오류를 대비해 남겨둔 '보류지'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보류지는 통상적으로 분양가 수준이나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이 두 달 넘게 상승장을 이어가면서 입찰이 유찰됐음에도 보류지 입찰가를 더 높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재건축조합은 전용면적 59㎡ 보류지 한 가구를 25억5000만원에 매각하는 공고를 냈다. 매각일정은 계약시 매각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계약 후 30일 이내 중도금(30%), 중도금 납부 후 2개월 내 잔금(60%) 순으로 진행된다.

보류지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경비를 충당하거나 조합원 수 착오에 의한 지분 누락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합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 둔 주택을 말한다. 보류지 규모는 전체 가구수의 1% 이내로 확보할 수 있다. 이 범위를 초과할 경우에는 관할 구청에 그 사유를 인가받아야 한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보류지 입찰은 이번이 4번째다. 첫 입찰 당시 매매기준가는 21억원이었으나 유찰될 때마다 1억원 정도씩 인상됐다. 3차 매각에선 24억5000만원에 나와 유찰됐으며 4차 재공고에서는 또다시 1억원을 높인 것이다.

이 매각가는 실거래가는 물론 평균적인 매도호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가는 23억5569만원에 거래됐고, 올해 직전 거래가는 21억5000만원이다. 매도호가도 23억원 안팎이다.

보류지 매각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데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조합측이 보류지 매각가에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수색6구역(DMC파인시티자이) 재개발 조합은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 입찰공고를 진행했다. 타입 84형은 2020년 공급당시 분양가가 7억원 수준이었으나 보류지 매각가는 13억8376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달 용인8구역(용인드마크 데시앙) 재개발 조합은 보류지 한 가구(타입 51B)를 매각하는 공고를 냈다. 매각가격은 3억1270만원으로 책정했으며 입주가 시작되는 오는 7월 15일 잔금을 모두 완납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 입찰금액은 분양가와 비교하면 5000만원 안팎 높아진 금액이다. 2021년 분양당시 이 면적의 분양가는 최저 2억3660만원에서 최고 2억7250만원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반등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조합이 보류지 매각기준가격을 조금씩 높여 잡고 있다"며 "보류지 매각가가 조합원, 수분양자의 보유 물량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렴하게 처분하지는 않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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