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인상 전 가격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낸 한국필립모리스에게 정부가 추가 부담금을 물린 처분은 정당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실제 담배 반출이 이뤄진 시점이 개정법령 시행 이후라는 이유에서다.

전합은 2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낸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정부는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을 인상하겠다는 정책안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기거나, 구 지방세법상 미납세반출 대상 담배로 신고하고 각 물류센터로 옮겨 보관 중이던 담배에 대해 실물 이동이 없음에도 마치 담배가 반출된 것처럼 전산입력을 한 뒤 개정 전 세율에 따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만 신고·납부했다.

각 개정법령이 시행된 후 한국필립모리스는 담배에 대한 인상된 세금 및 부담금 등을 반영한 가격으로 도매업자 등에게 담배를 배송·판매했고, 복지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신고 내용에 따라 각 부담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2014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봤던 담배가 2015년에 제조장에서 반출됐다는 이유로 한국필립모리스에게 각 개정법령을 적용해 산출한 폐기물부담금과 이미 납부한 폐기물부담금의 차액 등을 추가로 부과했고, 한국필립모리스는 복지부 등을 상대로 각 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

1심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 부칙규정 등에 의해 2015년 1월 1일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한 담배에 대해서만 각 개정법령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이전에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는 각 개정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각 담배는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겨지거나 미납세반출 대상 담배로 신고돼 각 물류센터로 반입된 때에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각 부과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담배와 미납세반출 신고 뒤 실물이동 없이 반출된 것으로 전산입력했던 담배 모두 개정법령이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 인상차액을 얻기 위해 한 통상적인 행위 등에 불과하므로,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때가 아니라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옮긴 때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미납세반출 신고된 뒤 실물이동 없이 반출된 것으로 전산입력된 담배도 각 개정법령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 이후 다시 반출해 도매업자 등에게 배송했으므로,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할 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봐야 하고 부칙규정에 따라 각 개정법령이 적용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중 2015년 1월 1일~2월 2일까지 반출된 담배에 대해 소급적용한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의 근거로 제시된 구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령 부칙 제2조가 2015년 2월 3일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폐기물부담금의 부과요건사실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이므로, 담배가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되는 때'에 담배 제조업자의 폐기물부담금 납부의무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한국필립모리스는 2015년 1월 1일~2월 2일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한 담배에 대해 각 반출시점에 인상되기 전 요율의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했으나 자원재활용법 부칙규정으로 인해 해당 기간 반출한 담배에 대해 소급해 인상된 요율의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며 "이는 헌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다른 담뱃세와 달리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적시에 하지 못한 탓"이라며 "그런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폐기물부담금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은 개정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개정규정을 2015년 1월 1일~2월 2일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소급해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며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해당 기간 중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는 개정규정이 적용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심은 파기 취지를 반영해 다시 정당한 부담금과 출연금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