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경계현 사장을 경질하고, 전영현 부회장을 DS(반도체) 부문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그간 젊은 리더십을 강조하던 삼성전자가 오히려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선임하자,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을 빚으면서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전영현 부회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DS부문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한다.

삼성전자는 표면적으로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왼쪽부터 전영현 부회장, 경계현 사장 (사진=알파경제)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전영현 부회장은 경력·노하우를 두루 갖춘 분으로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강화하자는 차원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계현 사장 역시 부회장급 조직으로 두 분이 자연스럽게 스위치된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현재와 미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정기인사가 아닌 원포인트 인사로, 삼성전자 핵심 사업 담당 사장을 교체했던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권오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그간 삼성전자는 세대교체 인사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사진=연합뉴스)


◇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 공급 차질…경 사장 책임론 대두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엔비디아 H200에 사용될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차질을 빚으면서 DS부문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3E 8단 퀄 확보에 성공했지만, 엔비디아가 5세대 HBM 채택을 미뤘다”면서 “해당 제품을 AMD만 차기 GPU에 가장 먼저 적용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경 사장 책임론이 대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이 확정적으로 보고 받았던 엔비디아 사업 건이 틀어질 것이 유력해지자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갑작스런 DS부문장 교체는 최근 엔비디아와의 사업 차질에 따른 경질성 인사로 받아 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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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는 "1분기 깜짝 실적 배경은 중국의 7나노 이하 저렴한 제품을 싹쓸이한 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세계 1위 삼성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면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5세대 HBM의 엔비디아 공급에 난기류가 흐르자 전격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이 어렵다 보니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면서 “실적에 따른 인사였다면 차라리 질책하고, 직책 부여를 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와의 사업 차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