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오픈AI는 올 하반기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인 지피티-5(GPT-5)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오픈AI의 최고 모델인 GPT-4는 일부분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생성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GPT-5는 한국어도 능숙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메타의 오픈소스 LLM인 라마3(Llama3)의 경우에는 한국어에 특화된 모델로 업계는 이미 열광하고 있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이제는 글로벌 LLM이 한국어에 특화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LLM 모델을 개발한 기업들은 여전히 한글 특화를 외치면서 자칫 뒤쳐진 인공지능(AI) 실력을 감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국내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KT, LG, SKT, 카카오 등이 자체적인 LLM 모델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이들이 개발해오고 있는 한국형 LLM 모델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 사격을 해주는 모양새다.

또 전국민 AI 일상화를 표방하며 AI와 연계된 다양한 산업이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도 함께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과기부는 ▲AI를 통한 국민 일상 풍요 ▲AI 내재화로 산업·일터 혁신 ▲AI 잘 사용하는 똑똑한 정부 도약 ▲AI 일상화 기반의 선제적 조성 등을 목표로 삼았다.

올해에도 바통을 이어받아 산업에서 국민이 AI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AI 일상화를 위해 909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AI 산업계는 정부의 일상화 사업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국내 LLM 모델을 개발한 기업의 서비스를 국내에만 보급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나온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하려면 당연히 AI 업체에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실제 필요한 사업인지 여부는 여전히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나"라며 "심사 자체에서도 이같은 변화 무쌍한 기술 성장을 반영하지 않고 '장밋빛 희망'만 제시할 수 있을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 스타트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해 상용화한 사업이 상당수 국내용으로 둔갑하다보니 경쟁력이 없는 사업에 여전히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자체가 한국 기업의 국내 정착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며 "사실상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쓸모없는 사업이 될 수 있는 과제가 많다보니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검열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는 한국어에 특화된 국내 LLM 모델이 해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킬러앱'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새로운 검색시장이 형성될 뿐더러 로봇 분야로 확장된 제조업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LLM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나마 KT, SKT 등 일부 기업은 자체 개발 LLM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기보다는 외부 오픈소스 등을 활용한 멀티 LLM 모델화에 나서고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연계한 경량언어모델(sLLM) 스타트업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메타의 라마2 모델을 토대로 자체 서비스를 내놓은 업스테이지는 그나마 LLM 모델을 개량해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하려는 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당연히 AI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자체 LLM 모델 개발도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선호할 만한 '킬러앱' 서비스를 국내기업이 주도적으로 내놔야 할 때이기도 하다.

AI 시장에서는 이젠 하루하루가 긴박한 상황이다. 한글 특화에만 매몰된 채 전 세계 시장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