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한 일자리 경험, 장기화된 미취업 기간, 일경험 부족 등이 청년들의 '쉬었음' 상태가 길어지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을 선택한 이유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 및 교육·자기계발(35.0%) 답변이 많았으나, 번아웃(27.7%)과 심리·정신적 문제(25.0%)도 상당했다.

◆ 평균 22.7개월 쉬는 장기 '쉬었음' 청년들…4년 이상 미취업도 11% 

고용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은 구직급여 수급 및 직업훈련(내일배움카드) 수료 이후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 3년 미만인 15~34세 3189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사한 '장기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주요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쉬었음 청년의 평균 미취업 기간은 22.7개월로, 4년 이상 쉬는 청년도 약 11%를 차지했다. 이들 청년의 87.7%는 과거 근로소득 경험이 있었다. 

장기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주요 결과 [자료=고용노동부] 2025.03.11 sheep@newspim.com

조사 대상의 마지막 일자리는 주로 수도권(53.3%)에 위치한 제조업(14.0%)이나 숙박음식업(12.1%) 소기업·소상공인(42.2%) 비중이 높았다. 마지막 일자리 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이 29.5%로 가장 많았고, 평균 근속기간은 17.8개월, 임금수준은 주로 200만원 이상 300만원 이하(48.8%)였다.

'쉬었음' 상태 장기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한 과거 일자리 ▲일경험 미흡 ▲미취업 기간 지속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을 선택한 이유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과 교육·자기계발(35.0%)이 가장 많았다. 번아웃(27.7%), 심리적·정신적 문제(25.0%)도 상당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번아웃은 재충전이 필요한 경우,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은 번아웃이 아닌 우울·불안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쉬는 동안 주로 한 활동은 교육·자기계발(55.5%)과 휴식·재충전(52.1%)이 가장 높았고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경우(20.3%)도 있었다.

장기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주요 결과 [자료=고용노동부] 2025.03.11 sheep@newspim.com

청년 절반 이상(58.2%)은 쉰 기간을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평가했고, 쉬었음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인식이 감소하고 힘들고 구직 의욕을 잃었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답했다.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는 답변은 77.2%, 경제적 어려움(71.1%) 외에 자신감 하락(62.5%), 미래대비 미흡(53.9%)도 상당했다.

필요한 정책 지원은 직업훈련·교육(59.3%)과 취업알선·정보제공(54.7%)이 많았고 생활비 지원(50.6%)이 뒤를 이었다.

지원 프로그램은 1대1 맞춤형 상담(32.0%)이나 직접체험 프로그램(31.6%)의 수요가 높았고, 3개월(43.8%) 및 6개월(22.9%) 이내 단기과정 선호도가 높았다. 내일배움카드 훈련(65.1%), 국민취업지원제도(49.6%), 일경험(37.6%), 구직자 도약보장 패키지(30.1%) 순으로 현행 정책 가운데 참여 희망도가 높았다.

◆ 정부, '조기 개입' 초점…한국판 청년 취업지원 보장제 시행

고용부는 이날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청년고용 포럼 1차 회의를 열고 '쉬었음' 청년 등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및 안착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및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날 수도권과 지역 간 청년 일자리 격차가 '쉬었음' 증가로 연결되는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연에 따르면 2010년대 일자리 분포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8년을 기점으로 청년 취업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했고, 이는 경남 조선업 등 비수도권 제조업 침체와 수도권 지식기반산업 부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청년고용 정책방향 [자료=고용노동부] 2025.03.11 sheep@newspim.com

이후 청년들이 수도권 지식기반 산업과 대면 서비스업으로 집중, 최근 해당 분야 취업 청년을 중심으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위원들은 청년들이 일하는 중 겪는 심리적 문제로 '쉬었음' 상태에 빠지거나, '쉬었음'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이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 대상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초기 쉬었음 단계에 조기 개입해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청년들이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취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었다고 방황하는 상황이 '쉬었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이어 "졸업한 청년들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올해 졸업 후 4개월 이내 조기 개입해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판 청년 취업지원 보장제'를 시작했다"며 "전국 100여개 고용센터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청년고용 정책방향 [자료=고용노동부] 2025.03.11 shee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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