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중국 조선소가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7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새로 발주된 선박의 70.6%를 중국 조선소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크슨 리서치의 데이터는 중국 조선업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준다.

지난 2020년 44%였던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70.6%로 급등한 반면, 한국 조선소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2.7%에서 16.7%로 하락했다.

개별 조선소 기준 수주량에서도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상위 10개 조선소 중 7곳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1위부터 4위까지를 중국 조선소가 독식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도 5~7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점유율 격차가 반드시 수익 격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 위주로 수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 조선소들은 'LNG·LPG 운반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FLNG)', '친환경 이중 연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는 '양보다 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수년간의 수주로 건조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기업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규 수주 '톱10' 조선소. (사진=클락슨)


다만, 최근 중국 조선소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향후 1~2년 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그룹(CSSC)은 작년에 50억 위안(약 9900억 원)을 투자해 톈진과 우한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쯔강조선그룹 역시 30억 위안(약 5900억 원)을 투자해 장쑤성 조선소를 확장 중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의 자국 조선·해운 기업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재무부는 최근 중국의 위슨 조선소를 러시아 LNG 사업 지원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과 한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집중 전략 사이의 균형이 앞으로의 글로벌 조선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