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의 반대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글로벌 연기금들 사이에서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 관리(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NBIM)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공개했다.

NBIM은 집중투표제 도입뿐만 아니라 이사 수 19명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NBIM은 집중투표제 반대 이유에 대해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는 효과적인 이사회 구성을 위해, 확고한 후보 지명 및 선출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NBIM이 현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NBIM은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주주 제안을 회피하려고 했는지, 주주들의 승인 없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했는지 등에 대해서 고려한다"며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회 후보 14명 전원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

NBIM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주주는 이사회에 변화를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NBIM이 원칙적으로는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현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 위반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NBIM은 "만족스럽지 못한 재무 및 전략적 성과, 잘못된 리스크 관리, 주주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대우, 회사 운영으로 인한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적 또는 사회적 결과를 고려한다"는 이유를 들어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전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주주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대우'라는 표현은 최윤범 회장이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이어 일반공모유상증자를 시도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남부지검에 고발된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