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시간 계엄의 밤'…'공포탄·테이저건 사용' 계엄사령관이 막았다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서울 6시간 계엄의 밤' 전모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계엄군이
공포탄·테이저건까지 사용을 건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계엄을 주도했던 김용현(육사 38기·예비역 육군 중장) 전 국방부 장관과 곽종근(중장·육사 47기)
특전사령관의 지시와 건의는 '다행히' 수용되지 않았다.
국회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현장 투입됐던 국군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들은 국민의 안위를 고려해 과도한 충돌을
피했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일부 주동자의 지시와 명령을 그대로 이행했거나 현장에서 '과잉 진압 작전'을 벌였다면 국가적
참사와 크나큰 불행이 초래됐을 수도 있었다.
'12·3 비상계엄'의 6시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대장·육사 46기) 육군참모총장과
김선호(육사 43기·예비역 중장) 국방부 차관의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증언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 해제까지 6시간 상황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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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尹대통령, 3일 밤 10시 23분 비상계엄 전격 선포
지난 3일 밤 10시 23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한밤중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격적으로 선포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7분 뒤인 10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바로 옆 국방부 청사이며 합동참모본부 청사 지하
3층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해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에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 전 장관에 의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됐다.
계엄사령관은 계엄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박 총장과 김 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이 사실상 '전권을 위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이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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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진=뉴스핌 DB] |
◆김용현 국방장관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특히 박 총장은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지휘관 회의 직후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 박안수"라고 해서 그때 정확히 알았다고 말했다.
국회에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병력 투입을 지시한 인물도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이 아니라 김 전
장관이었다. 김 차관도 당시 합참 지휘통제실에 함께 있었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국회와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은 김 전 장관이 지시했다고 거듭 증언했다.
3일 밤 11시에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도 김 전 장관이 박 총장에게 전달해 박 총장은 사인만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총장이 포고령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법률적으로 검토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발표를 재촉했다.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포고령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총장은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 관련 내용을 전화로 전파했다. 3일 밤 11시
30분께 당시 계엄사령관이 전화를 걸어 "국회 전체를 통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조 청장도 국회에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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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2024.12.05
leehs@newspim.com |
◆'특전사·수방사' 계엄군, 3일 자정 국회 진입 시도
계엄군은 3일 자정 무렵부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투입된 계엄군은 특전사 1공수여단과 707특수임무단,
수방사 등 병력 280여명 규모였다.
주둔지에서 헬기를 24차례 띄워 계엄군 230여명을 투입해 국회 안으로 진입했다. 추가로 계엄군 50여명은 국회
담장을 넘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당직자, 야당 인사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곽 특전사령관은 계엄사령관인 박 총장에게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을 건의했다. 하지만 박 총장은 합참 계엄과장을 포함해 4명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공포탄과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총장은 즉시 곽 특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은 안 된다고 지시했고, 곽 사령관도
수용했다.
이러한 사이 4일 새벽 1시,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 사회로 본회의를 열고 출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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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23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
◆尹대통령, 4일 새벽 4시 27분 '6시간만에' 계엄 해제
3일 밤 10시 23분 긴급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오전
1시가 넘어서 김 전 장관과 함께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참 지휘통제실로 왔다.
당시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김 차관은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의 별도 방으로 갔다"고 밝혔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은
김 전 장관과 함께 들어갔지만 윤 대통령과 김 국방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7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6시간 만에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그 때까지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고' 합참 지휘통제실을 지켰던 김 전 국방장관은 상황이 종료되자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지휘관들에게 발언했다고 박 총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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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23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
◆김용현 국방장관 사퇴…육사 41기 '최병혁' 후임 지명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하고, 계엄사령관 임명과 포고령 발표, 계엄군 부대·병력 이동 등을 주도했던 김 전 장관은
4일 저녁 6시 13분께 언론 문자를 통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지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해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도 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계엄은 해제됐고 국민들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 상황과 안보 상황은 녹록지
않다"면서 "국방부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당면한 현안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방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5일 아침 8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국방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대선 캠프 출신인 최병혁(육사 41기) 예비역 대장을 지명했다.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 전 국방장관은 검찰과 경찰에 '내란죄로 고발' 돼 5일 오전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됐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