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쟁점은 고려아연의 특별관계자 해당 여부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였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자 제공] 2024.09.18 beans@newspim.com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공개매수자(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식 등을 공동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취득한 주식 등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행위 등에 관해 명시적인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한 점, 고려아연이 영풍 측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주식의 공동 취득·공동 처분·상호양수·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관해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지분 관계가 있는 특별관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별도매수 금지 조항에 근거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자와 매수자의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특별관계가 해소됐다며 이로 인해 별도매수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영풍이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의 공시를 하기도 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영풍 측의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자기주식을 고가에 취득하면 회사 자산의 감소로 이어져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회사의 이익보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른바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풍과 특별관계자 지위에 있지 않은 주식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행위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 단계에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며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추가 지분 확보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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