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먼저 만나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을 패싱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평행선을 달리던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C레벨급 인사 갈등이 사실상 이석준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등도 창동점을 찾았으나, 이석준 회장이 본 행사에 앞서 별도 마련된 장소에서 윤 대통령과 차담회를 가지면서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에 밝은 한 농협 관계자는 “강호동 회장이 창동점 본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 영접을 위해 서서 기다린 것으로 안다”면서 “본 행사장 입장 때 이석준 회장이 대통령을 모시고 들어오시면서 강 회장이 잠시 당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하나로마트에 도착하자 시민들과 마트 직원들은 "대통령님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등 박수로 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차담회 여부나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권 법률사무소 니케 대표변호사는 “농협 내 서열 1위인 강호동 회장이 서서 대통령을 기다리고 서열 6위인 이석준 회장이 차담회 뒤 행사장 입장 때 에스코트 하는 모습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상징성이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석준 회장이 대통령도 따로 만날 정도의 입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단순한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윤 정부와 함께하는 인사임을 과시한 셈”이라면서 “현 상황을 뒤집을 드라마틱한 상황이 없는 한 강호동 회장이 추진하려던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인사 개입 시도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 핵심 계열사 CEO들이 일괄해서 사표를 내왔고,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선 NH투자증권 CEO 선임과정에서도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회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불거진 바 있다.

결국 NH투자증권 내부 출신인 윤 부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양 진영 간 물밑 힘겨루기는 지속돼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