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이다. 엠폭스에 대한 PHEIC 선언은 지난 2022년 7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WHO는 14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독립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보건규약(IHR) 긴급위원회 조언에 따라 엠폭스 급증 상황이 PHEIC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거스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새로운 변이의 출현, 아프리카 동부 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급속한 확산, 여러 이웃 국가에서의 사례 보고는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HR 긴급위원회는 "엠폭스가 아프리카 대륙 외부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디미 오고이나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엠폭스는 방치되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면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엠폭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성관계와 피부 접촉은 물론,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옮을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 질환은 급성 발열, 두통,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과 피부 병변을 유발하며 100건 중 4건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엠폭스는 2년 전에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서아프리카 풍토병이었던 이 질병은 지난 2002년 5월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100여개 국가에서 8만7000건 이상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그해 7월 WHO는 엠폭스에 대해 PHEIC를 선언했고, 이후 확산세가 둔화하자 작년 5월 PHEIC를 해제했다.

이 질병은 최근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중 최소 16개국에서 엠폭스가 발병했다. 특히 가장 피해가 큰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올해만 확진 사례가 1만5000여건에 달하고, 이중 455명이 사망했다.

BBC는 "지난해 9월 엠폭스 바이러스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새로 등장한 변이에 대해 한 과학자는 '지금까지 나타난 것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변이의 치명률은 최대 10%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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