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It's a great job. Enjoy it (대단한 일이다. 그것을 즐기세요)"

퇴임을 앞둔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윤 청장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전임 총리가 후임자에게 남긴 쪽지 내용을 언급했다.

시원섭섭보다는 홀가분하다는 말로 2년 임기 소감을 밝힌 것만큼 윤 청장의 2년은 다사다난했다. 윤 청장은 경찰국 신설을 시작으로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숱한 어려움을 겪었으나, 임기 2년을 온전히 채웠으니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후임자인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역시 적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경찰의 핵심 기능인 수사와 관련된 부분에서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박우진 사회부 기자

지난달 수사 경찰관들의 잇단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사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 증가와 열악한 환경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법무부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사건 반려 제도가 없어지고 모든 사건을 접수하게 되면서 수사 경찰의 부담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에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경찰은 현재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구성해 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악성 사기 등 민생 범죄 대응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수사 기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사관의 역량 강화만큼 수사관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달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됐듯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관련자 인사 조치 여부도 관심사다.

경찰은 신임 청장 부임 후 하반기 정기 지휘부 인사에서 인사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사안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고발이 들어간 만큼 공수처 수사 결과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경찰 수장이 엄중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현장 수사관들은 정당하고 당당한 활동을 펼칠 수 없게 된다.

윤희근 청장은 앞서 나온 말을 언급하면서 "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반면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고 했다.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청장이라는 직위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수사 기능과 관련한 과제들에 어떠한 대응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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