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바통을 넘겨받았다. 윤 정부 3년차를 맞아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윤 정부 노동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려면 거대 야당 및 노동계와 오랜 기간 빚어온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지만, 그동안의 행적을 살펴보면 '소통'보다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다.   

더욱이 윤 정부가 추진했던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꼬리표'도 떼야 한다. 그동안 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경영계와 노동계를 압박해 왔다.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양대노총의 노조 회계 공시를 끌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계기로 노동계와 관계는 더욱 단절된 상황이다.  

◆ 야당·노동계와 관계 복원 숙제…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꼬리표 떼야

대통령실은 31일 김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신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고용노동계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노동 현장과 입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김 장관 후보자는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단체, 국회와 노동관련 학계 언론계의 말씀을 늘 경청하겠다"면서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분들을 더 자주 찾아뵙고 현장의 생생한 말씀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2023.12.08 choipix16@newspim.com

이날 대통령실 인선 및 김 후보자 입장문 발표에서는 유난히 '소통'이 강조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노동 개혁을 막힘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그동안 김 후보자는 노동개혁의 핵심 주체인 노동계와 날 선 각을 세워왔다.

민주노총은 김 후보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보이콧을 선언했고, 한국노총 역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선언하면서도 공무원·교원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제)심의위 구성 등을 문제 삼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의 타임오프제 심의위 구성에 불만을 품고 한차례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양대노총 중 한 곳인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김문수 노동부 장관 지명은 윤석열의 반노동 인사참사"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과의 불편한 관계자는 이날 김 후보자 입장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 후보자는 노동계를 칭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묻자 김 후보자는 "한국노총이 제1 노총이고 민주노총보다는 숫자도 많고 역사도 오래됐고, 대표적인 노동계 조직이 한국노총"이라고 추켜세웠다. 다만 그는 "민주노총과는 대화도 하고 그분들이 요구하실 경우 언제든지 만나기도 했다"며 "저도 사실 민주노총 창설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잘 되려면 회사도 잘 돼야 하고, 회사가 잘 되려면 나라도 잘 돼야 한다. 노사정 이해관계가 상충하지만, 근본은 같은 것"이라며 "노동개혁이 누구에게 피해가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노동개혁을 해낼 책임이 저에게 있다. 누굴 배제하고 어떻게 한다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7 leehs@newspim.com

거대 야당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야권은 김 후보자 임명 이후 즉각 반발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노동자들에게는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정책을 옹호한 바 있어 그를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는 거리가 먼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인사 결정은 사회적 대타협과 노사 화합을 완전히 무시하고 극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2년 10월 경사노위 위원장 지명 이후 치러진 청문회에서 야당과 날을 세운 바 있다. 야당이 김 위원장이 했던 노조 혐오 발언을 거론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고 각을 세웠다.

◆ 노동개혁 걸림돌 '노란봉투법 개정' 선결 과제…최저임금제 개편도 숙제

김 후보자는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윤 정부는 노동개혁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노조의 불법 파업에 강경 대응해 왔고, 노조 부패 척결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였다. 사업주 임불체불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윤 정부 노동개혁의 대표적 성과를 꼽자면 노조 회계 공시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윤 정부 노동개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들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우선 정부는 근로시장 유연화는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용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연장근로가 필요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사가 원할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업종·직종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초고령사회를 맞아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계속고용 해법도 찾아야 한다. 계속고용은 현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기존의 근로관계 청산 후 재고용 등을 포함한 여러 방식을 검토 중에 있다. 노동계는 65세 정년연장을 계속고용의 해법으로 내놨다. 

아울러 근로시간 개편과 결을 같이 하는 임금체계 개편도 노동계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정부는 고용부 산하에 임금체계 개편 및 임금의 공정성 확보, 격차 해소 등 이중구조 개선 및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상생임금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반대로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노동조합법 제2·3조(노란봉투법)' 개정안은 윤 정부 노동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앞선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추진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에 야당은 22대 출범과 동시에 더 강력해진 노란봉투법을 들고 나왔고,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현행 헌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고, 민법과도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면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 계약 관련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이 많은데, 이 점에 대해 이미 학계에서 상당한 문제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위법 사례는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충분하게 논의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충분한 논의와 토론, 합의 과정을 거쳐 입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노란봉투법이 뜻하는 약자에 대한 보호,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지, 과도한 노동 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도하게 노조나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7.11 jsh@newspim.com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 "국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마치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결정기준 등 그간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왔고 본격적인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면서도 "다만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하게 올려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춰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둘러싼 층들의 어려움 함께 보면 그분들의 생활이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소위 상위 10%와 너무 격차 많은데 이런 격차 줄이는 유용한 수단으로서 최저임금이 작동해야 한다"면서 "너무 서두르기보다 신중한 사회적 대화화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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