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의 미카엘 요한손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 시간) "유럽 방위산업 강화를 위한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1000억 유로(약 150조원) 규모의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방위산업 전략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유럽 방산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유럽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한 전략이다. 이 전략 발표 직후 일부 EU 집행위 관계자 사이에서 전체 예산과 관련해 '1000억 유로' 얘기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15억 유로(약 2조250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미카엘 요한손 사브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요한손 최고경영자는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유럽 방산의 통합 역량 구축은 EU가 얼마나 실질적인 방산 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조인트 벤처 같은 협력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방산 전략은 EU 집행위가 생각하는 15억 유로가 아닌, 1000억 유로 정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대대적인 방산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는 현재 EU의 방산이 양적, 질적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와 탄약, 장비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무기의 역량도 미국·러시아 등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최근 글로벌 무력 분쟁이 급증하면서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유럽 회원국의 올해 국방비는 작년에 비해 22% 급증한 4760억 달러(약 6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국방비 증가가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인 아이리스(Iri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동안 EU 국가가 발표한 전체 국방 관련 구매액 중 5분의 4 정도가 EU 외부로 흘러나갔다. 특히, 미국에 대한 의존이 심해 미국이 전체 금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요한손 최고경영자는 "여러 나라들이 한꺼번에 (같은 무기를) 사고 싶다고 나서면 그 양은 너무 많아서 한 회사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며 "(여러 나라의 여러 회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관련, "유럽이 미국 행정부와 독립적으로 (무기 공급 능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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